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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학동 98번지] 송희 씨의 자립생활 01_이사 후 첫 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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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13 15:34 은별 조회12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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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12월, 송희 씨가 이사 후 처음 출근하는 날입니다.

송희 씨의 첫 출근 일정은 송희 씨도, 전 직원 선생님도, 저도 다소 긴장하고 신경 쓰였던 일정입니다. 송희 씨가 집을 이사하면서 이전에 근무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송희 씨가 알고 지내던 그룹홈 지인들 몇몇이 일하고 있는 직장에 취업했기 때문입니다. 거주환경뿐 아니라 근무환경까지 달라진 만큼 송희 씨의 부담을 덜고 저희들의 걱정을 덜고자 주말에 미리 집에서 새 직장까지 미리 가보며 길을 익히고, 어디서 무슨 버스를 타야 하는지 종이에 적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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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에 만난 송희 씨는 해맑게 웃으며 성큼성큼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갔습니다. 아직 낯선 동네이지만 송희 씨는 이미 어디 횡단보도를 건너고 어느 버스정류장에서 몇 번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송희 씨의 뒷모습에서 몇 번이고 연습하고 길을 익힌 경험이 쌓인 여유가 느껴지나요? 한쪽 손으로 들고 있는 종이에는 어느 버스정류장에서 몇 번을 타고 어느 정류장에서 내려야 하는지가 꼼꼼하게 적혀 있습니다. 이 날, 전직장 선생님이 다른 일정으로 인해 첫 출근을 지원하지 못해 미리 송희 씨와 연습하고 가는 길, 타는 버스를 적었다고 해요.


송희 씨는 총 두 번 버스를 타서 직장에 도착했습니다. 처음 내린 정류장은 개인적으로 온 적이 없는 곳이라 다소 당황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하지만 이내 주위를 몇 번 둘러보며 자신이 타야 하는 정류장을 금세 찾고 타야 하는 버스가 언제 오는지도 금방 파악했습니다.


발달장애인 중에서는 글을 읽을 수 있는 분이 있고, 없는 분이 있는데 송희 씨는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 직장 선생님이 집에서 직장 가는 방법을 자세하게 적어놓은 종이가 송희 씨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어요. 하지만 글을 읽지 못하는 분에게는 이럴 때 어떤 지원을 해야 할까요?


모든 버스들은 숫자와 글자로 어떤 버스이고 어디를 가는지 알려주는데 글을 읽지 못하는 분에게 숫자와 글자로는 인지하기가 어렵습니다. 때문에 글을 읽지 못하는 분의 경우에는, 숫자를 하나의 그림으로 인지해 파악하는 쪽으로 지원하고, 내려야 하는 목적지의 경우에는 목적지의 발음이 귀에 익을 수 있게 여러 번 반복해서 들려주어, 실제로 버스를 이용할 때마다 그 발음 소리를 잊지 않게 옆에서 수시로 안내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금방 감을 익히신다면 버스를 10대 정도 보내고서 타야 하는 버스를 타는 경우가 늘지만, 대부분 1시간 동안 타야 하는 버스인지 모르고 보내거나, 타야 하는 버스를 탔어도 내려야 하는 곳을 지나쳐서 내리거나 하는 상황을 몇 십 번씩 겪으면서 조금씩 익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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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환승하기 전까지는 자신있고 여유있는 모습을 보인 송희 씨도 두 번째 버스를 타고서는 버스 안에 서 있는 많은 사람들과 간간이 같이 출근해주고 마음에 안정을 주는 전 직장 선생님의 부재, 그리고 혼자 출근해야 하는 부담감 등의 요소들로 한쪽 장갑을 잃어버리고, 저에게 몇 번이고 어느 정류장에 언제 도착하는지를 묻는 등 불안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벨 누르는 타이밍을 놓쳐 송희 씨는 한 정거장 늦게 내려 직장까지 10분 정도 걸어가서야 출근할 수 있었는데요. 직장 인근 거리는 나름 익숙한 장소였는지 정거장을 지나쳐 내렸어도 송희 씨는 주변을 살핀 후, 금방 밝은 얼굴로 직장 가는 길을 안다고 말한 뒤 척척 걸어가 직장에 도착했습니다.



아직은 낯설고 서툰 자립생활이지만 차차 적응해가고 익숙해질 송희 씨의 지역생활은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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